문화원 프로그램
한지와 민화의 만남
- 게시일2026.05.20.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은 2026년 6월 25일부터 8월 12일까지 한국 전통 미술 재료를 동시대 예술의 언어로 확장해 온 작가 이승철, 김강미, 김선희, 김수미, 남정은, 윤수경, 이희진, 임진성을 초청하여 <한지와 민화의 만남>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재료인 한지와 민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재료와 시간, 기억과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합니다. 참여 작가들은 한지, 천연염색 등 전통 재료와 민화적 조형 요소를 바탕으로 각자의 시선과 조형 언어를 구축합니다. 이들의 작업은 과거의 형식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전통 안에 내재된 시간성과 감각을 오늘의 언어로 확장합니다.
전시 정보
- 전시명 : 한지와 민화의 만남
- 기간 : 2026년 6월 25일 – 8월 12일
- 장소 : 한국문화원 (150 Elgin St #101, Ottawa, ON K2P 1L4)
- 참여 작가 : 이승철, 김강미, 김선희, 김수미, 남정은, 윤수경, 이희진, 임진성
- 전시 기획 : 이승철

<한지와 민화의 만남>은 한국 전통 문화의 핵심적 시각 체계인 한지와 민화를 결합하여, 두 요소가 공유하는 미감과 정신성을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전시이다. 본 전시는 각 매체가 지닌 고유한 조형성과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상호 간의 관계성을 통해 한국 전통 문화의 이미지와 의미를 통합적으로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한지는 본 전시에 출품된 모든 작품의 물질적 기반이자, 한국 문화의 근원적 토대를 상징하는 매체로 기능한다. 이는 단순한 지지체를 넘어 시간성, 물성, 자연성이라는 한국 전통 미학의 핵심 개념을 내포하며, 재료 자체가 하나의 의미 생성 구조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한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되면서, 본 전시는 이를 계기로 한지의 동시대적 확장 가능성과 조형적 다양성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한편, 한지 위에 구현되는 민화의 시각적 요소들은 한국 전통 문화에 내재된 정서와 상징 체계를 드러낸다. 민화 특유의 자유로운 조형 언어와 상징성은 한지의 물성과 결합하며, 재료와 이미지 사이의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미적 경험을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전통의 재현이나 병치가 아니라, 전통 이미지에 대한 동시대적 해석과 감각의 재구성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본 전시는 캐나다라는 문화적 맥락 속에서 확산되고 있는 케이-컬처(K-Culture)의 흐름과 연결되며, 한국 문화가 지닌 다층적 의미와 동시대성을 국제적 관객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더불어 전시와 병행되는 체험 프로그램은 관람자가 시각적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촉각과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한국 문화의 물질성과 감각성을 직접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한지와 민화의 만남」은 한지라는 전통 매체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의 미학적 가치와 현대적 가능성을 재조명하며,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국제성 사이의 새로운 접점을 모색하는 전시이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가 지닌 감각적 깊이와 조형적 언어를 세계 속에서 새롭게 확장하고자 한다.
글/기획: 이승철
참여 작가 소개
이승철 LEE Seung-chul

이승철은 한국 전통 재료인 한지와 자연염색을 30여 년간 연구해 온 작가이다. 자연 재료가 지닌 물성과 시간성을 바탕으로 보존과 소멸, 기억과 지속의 관계를 탐구하며, 한지를 단순한 전통 재료가 아닌 동시대 미학의 언어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문화재 복원 연구를 통해 축적한 재료 실험과 색채 연구를 기반으로 한지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김강미 KIM Kang-mi

<시공산책(時空散策) III>, 장지에 혼합재료, 140×90㎝, 2025
김강미는 한지, 감물, 흙, 프로타주 등 동양적 재료와 기법을 바탕으로 전통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 연작 <시공산책(時空散策)>은 책장과 도자를 매개로 이상과 현실,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하며, 반복된 선의 구조와 재료가 축적한 흔적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시각화한다.
김선희 KIM Sun-hee

<청화의 꿈>, 백토, 색화장토, 청화안료, 무광투명유약, 2025
김선희는 전통 민화에서 소재를 가져와 도자 공예의 미학을 평면 회화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도자기를 '흙과 불의 언어로 빚어진 고요한 우주'로 바라보며, 그 하얗고 단단한 표면 위에 우리 민화 속 꽃들을 새겨 넣는다. 과거 무명 화가의 손끝에서 피어난 오랜 소망과 삶의 이야기를 도자기라는 새로운 땅에 옮겨 심으며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교감을 시도한다.
김수미 KIM Su-mi

<모모숲>, 한지에 채색, 쪽, 32×32㎝, 2026
김수미는 닥으로 만든 종이에 천연염색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스며들게 하고, 그 위에 동화적인 이미지를 그려낸다. 그녀의 작업은 인간의 삶을 자연의 질서 안에서 반복되는 순환의 일부로 바라보며, 화면 위에 남겨진 얼룩과 번짐을 통해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가 반복되는 시간의 구조를 담아낸다.
남정은 NAM Jung-eun

<福>, 나무에 혼합재료, 52.5×31㎝, 2026
남정은은 전통 문자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특히 '복(福)' 문자를 중심으로 인연과 행복의 의미를 풀어낸다. 나무 위에 채색하고 실, 자개, 레진 등 다양한 재료를 결합하여 관계의 결, 시간의 흔적, 감정의 층위를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윤수경 YUN Su-kyoung

<노닐다>, 마대천 위에 혼합재료, 64×134㎝, 2025
윤수경은 한국 전통 회화의 기법과 소재를 기반으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일상 속 휴식을 탐구한다. 자연의 재료인 흙을 화면의 주요 요소로 활용하며, 우리가 찾는 진정한 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희진 LEE Hee-jin

<Frosting_일상다과>, 순지에 분채, 110×45㎝×5, 2026
이희진은 전통 민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중심으로 고전적 도상과 현대적 모티프를 결합하여 삶의 다양한 서사를 탐구한다. 과거와 현재의 감각을 재치 있게 교차시키며 일상을 새로운 시선과 유희적 풍경으로 풀어낸다.
임진성 IM Jin-sung

<Water fall>, 수제한지, 162.2x130.3㎝, 2025
임진성은 한지를 매개로 물질과 시간, 감각의 층위를 탐구하며, 전통 재료를 단순한 매체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지닌 물성적 특성과 정서적 기억을 동시대 조형 언어로 확장하고 있다.
작가 노트 / 이승철
나는 이미 완성된 것 위에 서기보다,
만들어지는 순간의 곁에 머물고 싶다.
균질하게 재단된 종이와
정확히 계량된 색,
흔들림 없이 반복되는 표면은 편리하지만
그 안에는 손의 시간과 숨의 흔적이 머물 자리가 적다.
그래서 나는 종이를 다시 만든다.
섬유를 풀고, 물에 적시고,
흐르고 마르는 시간을 지나며
비로소 하나의 바탕이 태어나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 표면에는 미세한 결이 남고
손의 압력과 물의 흔적이 스며든다.
나는 그 위에 이미지를 얹기보다
그 재료와 함께 호흡하며 작업한다.
색 또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길어 올려지는 것이라 믿는다.
자연에서 채취한 안료는
빛과 공기, 계절의 시간을 품고 있으며,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매번 다른 깊이와 결을 드러낸다.
나는 그 차이를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균질함 속에서
이미지가 태어날 자리를 발견한다.
재료를 만든다는 것은
형태 이전의 시간을 만지는 일이다.
완성된 결과보다
그 이전의 과정 안에 스스로를 두는 일이다.
나는 전통을 재현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된 방식 속에 스며 있는
느린 감각과 물질에 대한 태도를
오늘의 시간 안에서 다시 통과시키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
어딘가로부터 이어져 온 숨이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이어지기를 바란다.
나의 작업은 이미지를 그리는 행위라기보다
바탕을 질문하는 일에 가깝다.
어떤 종이 위에 서 있는가.
어떤 색으로 숨 쉬고 있는가.
어떤 시간의 층위를 지나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표현 이전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천천히,
나만의 언어를 다시 만들어 간다.